파시즘 비판, 낭만주의 허무로 가득한 애니매이션 <붉은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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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시즘 비판, 낭만주의 허무로 가득한 애니매이션 <붉은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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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개요: 저주에 걸려 돼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전직 전투기 조종사

 

<붉은 돼지(紅の豚, Porco Rosso)>는 1992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하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린 만화 '비행정 시대(飛行艇時代)'이며, 이를 바탕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20~3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며,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 하늘을 누비는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기를 향한 깊은 애정을 담아 아름다운 공중전과 함께 유려한 작화를 선보이며, 전쟁과 인간의 본성, 낭만적 허무주의, 파시즘 비판 등의 철학적인 주제를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붉은 돼지>는 개봉 이후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으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멋지게 살지 않으면 돼지로 변한다”는 철학적 대사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하는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애니매이션 붉은 돼지 포스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애니매이션 붉은 돼지 포스터.



줄거리

1920년대 이탈리아, 아드리아해를 무대로 활동하는 전직 전투기 조종사 마르코 파고트. 하지만 그는 저주에 걸려 돼지의 모습이 되었고, 지금은 '포르코 로소(Porco Rosso, 붉은 돼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하늘을 지배하는 도적들을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이 되었습니다.

포르코는 바를 운영하는 친구 지나의 가게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도적 연합과 그들에게 고용된 미국인 조종사 도널드 커티스는 포르코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커티스는 포르코의 비행정을 습격해 격추시키고, 그가 사라진 틈을 타 지나에게 접근합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포르코는 밀라노로 가서 비행정을 수리하려 하지만, 그의 단골 정비사 피콜로는 손녀 피오를 수석 엔지니어로 맡깁니다. 17세 소녀 피오는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발휘하며 포르코의 비행정을 완벽하게 개조해 냅니다. 포르코는 그녀의 열정을 보고 차츰 마음을 열고, 새 비행정을 타고 다시 하늘로 돌아갑니다.

한편, 커티스는 포르코에게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하고, 두 사람은 도적 연합이 지켜보는 가운데 1:1 공중전을 벌입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내려 주먹다짐까지 벌이지만, 결국 포르코가 승리합니다.

마지막 순간, 피오는 포르코에게 도망치라고 하지만 그는 남아있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포르코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지나가 “그 후 포르코를 본 사람은 없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낭만과 자유를 갈망하는 한 남자의 고독한 삶과 신념을 담아내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주제:  “인간이 되느니 돼지가 되는 게 낫다”고 외친 포르코 로소

 

1. 자유와 낭만
<붉은 돼지>는 주인공 포르코 로소가 속박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전쟁과 국가에 환멸을 느낀 후 홀로 아드리아해를 누비며 살아갑니다. 해적을 상대하는 현상금 사냥꾼이지만,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포르코는 “멋지게 살지 않으면 돼지로 변한다”는 신념을 지키며, 국가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규율과 제약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시사합니다.

2. 전쟁과 인간성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전쟁의 상처와 인간성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포르코는 과거 인간이었으나 전쟁 중 친구들을 잃고 살아남은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돼지’로 변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저주가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한 자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는 포르코뿐만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파시즘 독재 체제로 접어들며, 자유로운 하늘을 제약하기 시작합니다. 포르코는 이러한 현실을 피해 홀로 떠돌지만, 결국 전쟁이 남긴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전투기들이 공중전을 벌이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유산과 인간성의 상실을 상징하는 요소로 기능합니다.

3. 사랑과 우정
포르코는 과거 전우들의 죽음을 겪으며 사랑을 거부하지만, 그의 곁에는 늘 포르코를 걱정하는 지나가 있습니다. 지나는 그를 깊이 사랑하지만, 포르코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의 존재는 포르코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됩니다.
또한, 소녀 피오는 포르코의 비행정을 수리하며 그와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젊은 열정을 가진 피오는 포르코가 잊고 있던 순수한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포르코는 점점 인간성을 되찾아가며, 마지막 결투 이후 포르코가 인간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깁니다.

영화는 포르코가 지나와 피오 중 누구에게 마음을 주었는 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독자의 상상력에 맡깁니다.

4. 이상과 현실의 갈등
영화는 로맨틱한 이상주의와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제를 다룹니다. 포르코는 하늘을 날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정부는 용병과 현상금 사냥꾼들을 통제하려 하고, 그의 숙적 커티스는 부와 명성을 좇으며 현실적인 성공을 원합니다.
포르코는 자신이 돼지가 된 이유에 대해 “인간이 되느니 돼지가 되는 게 낫다”라고 말하며 타협하지 않지만, 피오와 지나는 그에게 인간성을 되찾길 바랍니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길을 선택하며, 작품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남긴 채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붉은 돼지>는 단순한 비행기 액션 영화가 아니라, 자유, 전쟁, 사랑,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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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 걸작 3 추천

1.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トトロ, 1988)>
이웃집 토토로는 195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두 자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로 이사하면서 숲 속 정령 토토로를 만나 겪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자매는 어느 날, 신비로운 숲 속 생명체 토토로와 작은 요정들을 발견합니다. 토토로는 아이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거나,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하며 그들의 친구가 됩니다. 작품은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가족애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이야기 전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으며, 토토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상징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원작 만화를 집필하고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으로, 환경과 인간 문명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영화입니다. 먼 미래, 인류 문명은 전쟁으로 붕괴하고 독성 가스와 거대한 곤충들이 지배하는 ‘부해(腐海)’가 지구를 덮어버립니다. 바람 계곡의 공주 나우시카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부해를 무력으로 제거하려 합니다. 나우시카는 전쟁을 막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길을 찾으려 하며, 거대한 위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환경 파괴와 전쟁의 폐해를 경고하며, 강인한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감동적인 서사를 펼칩니다.

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 2001)>
일본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인간 세계에서 신들의 세계로 들어온 10살 소녀 치히로는 욕심 많은 부모가 돼지로 변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습니다. 그녀는 마법의 목욕탕에서 일하며 본래 이름을 잃고 ‘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성장합니다. 다양한 요괴와 신들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세계는 동서양의 신화와 민속 요소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작품은 용기, 자아 찾기, 그리고 인간의 탐욕과 순수함을 비교하며, 깊은 감동과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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