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박과 파괴로 몰아가는 '자유'...청불 끝판왕,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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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박과 파괴로 몰아가는 '자유'...청불 끝판왕,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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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개요 및 줄거리: 익명속에서 육체적 욕망과 심리적 고통을 탐구하는 두 남녀 이야기

 

* 작품 개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2년 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는 개봉 당시 엄청난 논란과 함께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문제작입니다. 말론 브란도와 마리아 슈나이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익명의 관계 속에서 육체적 욕망과 심리적 고통을 탐구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충격적인 내용과 파격적인 묘사로 인해 외설 논란에 휩싸였으며, 여러 국가에서 상영 금지되거나 심한 검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 본연의 욕망과 소통의 부재를 다룬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말론 브란도, 마리아 슈나이더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5분

 

파격적인 이야기와 영상,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포스터.
파격적인 이야기와 영상,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포스터.

 


* 줄거리

주인공 폴(마를론 브란도 분)은 아내가 자살한 충격과 상실감에 휩싸여 파리의 한 아파트를 찾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빈 아파트를 보러 온 젊고 자유분방한 여성 잔느(마리아 슈나이더 분)를 만나게 됩니다. 낯선 두 사람은 순간적인 이끌림에 의해 아무런 말없이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됩니다. 폴은 잔느에게 서로의 이름과 과거, 배경에 대해 일절 묻지 않기로 약속하며, 오직 육체적 욕망과 익명성에 기반한 관계를 지속하자고 제안합니다. 잔느는 이러한 폴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그 아파트를 '비밀의 공간' 삼아 격렬한 밀회를 이어갑니다.


이들의 관계는 철저히 익명성에 의존하며, 사랑이나 감정적인 교류보다는 순수한 육체적 욕구의 해소에 초점을 맞춥니다.  폴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삶의 허무함을 잔느와의 관계를 통해 분출하고, 잔느는 자신의 결혼을 앞두고 느끼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폴과의 위험한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명적이고 육체적인 관계는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폴은 잔느에게 더욱 깊이 들어가려 하고, 잔느는 관계의 모호함 속에서 혼란과 불안감을 느낍니다.


영화는 두 남녀가 서로에게 이름을 묻는 순간, 즉 익명성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폴은 잔느에게 진정한 관계를 요구하며 함께 떠나기를 제안하지만, 잔느는 폴의 본모습과 자신이 상상했던 익명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를 거부합니다. 결국 잔느는 자신의 아파트로 찾아온 폴을 충동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이 비극적인 결말은 영화의 충격적인 주제 의식을 더욱 강화합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인간의 욕망, 외로움, 소통의 부재, 그리고 익명성이 주는 해방감과 그 한계를 탐구하며, 관객에게 불편하면서도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마를론 브란도의 처절하고 섬세한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평가받습니다.

 

■ 남녀주인공 폴과 잔느의 심리분석

 

* 폴 (Paul, 말론 브란도 분) 심리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폴은 깊은 상실감과 허무주의에 사로잡힌 40대 미국인 남성입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과 죄책감을 안겨주었으며, 이로 인해 그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폴은 아내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좌절감과 소통의 부재를 새로운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 하지만, 동시에 그 관계마저도 현실과 책임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그는 잔느에게 '이름 없는 관계'를 제안하며 오직 육체적 욕망에만 집중하는 익명성을 추구합니다. 이는 현실의 고통스러운 감각을 마비시키고, 타인과의 진정한 교류를 회피하려는 방어 기제입니다. 하지만 격렬한 육체적 관계 속에서도 폴은 결국 인간적인 유대와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잔느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진정한 관계를 맺으려 시도합니다. 이는 그의 내면에 여전히 사랑과 소통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음을 보여주지만, 뒤늦은 시도와 과격한 방식으로 인해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의 심리는 상실감, 허무주의, 그리고 관계에 대한 양가감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 잔느 (Jeanne, 마리아 슈나이더 분) 심리 
마리아 슈나이더가 연기한 잔느는 젊고 아름답지만, 다소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20대 파리 여성입니다. 약혼자 톰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폴과의 익명적이고 충동적인 관계는 잔느에게 사회적 규범과 기대에서 벗어난 일탈의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그녀는 폴이 제안한 '이름  없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분출하고, 동시에 현실의 복잡한 감정들을 회피하려 합니다. 폴의 거칠고 원초적인 태도는 잔느에게 새로운 자극과 함께 미지의 영역으로의 탐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점차 폴이 익명성의 규칙을 깨고 자신에게 다가오려 할 때, 잔느는 극심한 혼란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는 그녀가 진정한 관계의 책임감과 깊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결국 관계의 익명성이 주는 안전막이 사라지자 불안감에 휩싸여 폴을 거부하게 되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잔느의 심리는 자유에 대한 갈망, 혼란스러움, 그리고 관계에 대한 미성숙한 태도가 뒤섞인 복합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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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극심한 상실감과 함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허무주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2년 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개봉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과 심리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핵심 주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인간의 욕망과 익명성 속의 해방입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 폴과 잔느는 서로의 이름과 배경을 알리지 않기로 약속하며 오직 육체적 관계에만 몰두합니다. 이러한 익명성은 사회적 규범과 역할,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본능과 욕망에만 충실할 수 있는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폴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허무함을, 잔느는 결혼을 앞둔 불안감과 자유에 대한 갈증을 이 익명적인 관계를 통해 분출하려 합니다. 영화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원초적인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고, 익명성이 그 욕망을 해소하는 일종의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자기 파괴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소통의 부재와 고독입니다. 

폴과 잔느는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먼 소통의 부재를 경험합니다. 그들은 서로의 감정이나 내면을 공유하지 않고, 오직 육체적인 언어만을 사용하려 합니다. 폴은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소통의 실패를 경험했으며,  잔느 역시 약혼자 톰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보다는 겉치레에 만족하는 듯 보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소통의 부재가 인간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결국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여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름과 배경을 알리지 않는다는 규칙은 소통의 벽을 상징하며, 이 벽이 무너지는 순간 관계 또한 와해됩니다.


세 번째 주제는 상실감과 허무주의, 그리고 삶의 의미 탐색입니다. 

폴은 아내의 자살로 인해 극심한 상실감과 함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허무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그는 삶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잔느와의 관계 또한 삶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로 삼습니다. 잔느 역시 다가오는 결혼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영화는 이들이 삶의 깊은 의미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며, 결국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간 실존의 고뇌와 허무주의를 다룹니다. 육체적 쾌락을 통한 도피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뿐,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네 번째 주제는 자유와 속박, 그리고 파괴적인 관계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를 갈망합니다. 폴은 과거와 사회적 속박에서 벗어나려 하고, 잔느는 결혼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일탈적인 자유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선택한 '자유'는 타인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결국 스스로를 더 깊은 속박과 파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습니다. 폴과 잔느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에게 해를 끼치고 상처를 주는 파괴적인 형태로 발전합니다. 영화는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관계 속에서 자유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구하며, 동시에 잘못된 자유 추구가 가져올 수 있는 비극적인 결과를 경고합니다.


이 네 가지 주제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단순한 외설 논란을 넘어선,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사회적 관계의 본질을 심도 있게 파헤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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