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념에 맞서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를 지키려는 병태의 투쟁, <병태와 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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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회 통념에 맞서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를 지키려는 병태의 투쟁, <병태와 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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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개요 및 줄거리: 복학생 남자와 직장인 여자인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 작품 개요
<병태와 영자> (1979)는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그의 전작 <바보들의 행진>(1975)의 속편 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앞선 작품이 1970년대 유신 독재 시대의 억압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그보다 좀 더 현실적인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당시 하길종 감독은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고민했고, 이 영화는 그의 작품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주연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무명배우 손정환이 병태 역을, 이영옥이 영자 역을 맡았으며, 한진희와 김희라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습니다. 특히 한진희는 이 작품에서 병태의 연적으로 출연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손정환은 이후 연기자의 생활을 접고 직장인으로 변신해 삼성전자 임원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감독: 하길종
출연: 손정환, 이영옥, 한진희, 김희라, 이승현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바보들의 행진> 속편 격으로 제작된 영화 <병태와 영자>.
<바보들의 행진> 속편 격으로 제작된 영화 <병태와 영자>.


* 줄거리
영화는 이전 작품 <바보들의 행진> 연장선에서 시작됩니다. 군에서 제대한 병태(손정환)는 복학하고, 영자(이영옥)는 은행에 취직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복학생 남자와 직장인 여자인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와 갈등에 부딪힙니다. 영자는 병태의 곁을 떠나 젊은 의사 주혁(한진희)과 약혼을 하려 하고, 병태는 영자를 되찾기 위해 주혁과 내기를 합니다.

영화는 '맨발로 뛰는 병태'와 '승용차를 타고 가는 주혁'의 경주 장면으로 두 젊은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진 것 없이 순수한 사랑만을 믿는 병태와, 안정적인 삶을 갈망하며 현실을 선택하려는 영자의 모습은 당시 젊은이들이 겪었던 내면의 고뇌를 대변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1970년대 후반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통해 사랑과 현실, 꿈과 좌절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https://www.mydaily.co.kr/page/view/2025091011044197374#_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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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유신 독재 시절, 청춘들이 겪었던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 그리고 이상과 좌절

 
하길종 감독의 1979년작 <병태와 영자>는 단순히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197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현실의 벽을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주요 주제를 네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1. 순수한 사랑과 현실적 욕망의 충돌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순수한 사랑과 냉혹한 현실 사이의 갈등입니다. 주인공 병태와 영자는 대학 시절부터 순수한 사랑을 키워왔지만, 사회로 진출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영자는 안정된 미래를 위해 부유한 의사 주혁과 약혼을 택하며, 이는 물질적 풍요와 안정된 삶을 바라는 현실적 욕망을 상징합니다. 반면, 병태는 가진 것 없어도 순수한 사랑만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병태의 '맨발 경주'는 물질적 가치를 거부하고 순수한 사랑을 쟁취하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 충돌은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던 당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2. 청춘의 방황과 좌절
<병태와 영자>는 <바보들의 행진>에 이어지는 청춘의 방황과 갈등을 다룹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직면하는 좌절을 그리기도 합니다. 병태는 졸업 후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안정된 직장을 잡지 못하는 자신의 초라한 현실에 괴로워합니다. 이는 유신 시대의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젊은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보편적인 모습을 대변합니다. 영화는 당시 청춘들이 겪었던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이상과 좌절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3. 기성세대와의 단절과 소통 부재
영화 속에서 병태와 영자는 기성세대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순수한 이상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을 강요합니다. 영자의 어머니는 딸이 부유한 의사와 결혼하여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이는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이러한 소통 부재와 단절은 당시 젊은 세대가 겪었던 고립감과 소외감을 상징하며, 기성세대의 권위와 통념에 억눌린 젊은이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4. 사회적 통념과 개인의 자유 의지
영화는 사회가 강요하는 통념에 맞서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를 지키려는 병태의 투쟁을 그립니다. 병태는 '돈'과 '성공'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굴복하기보다, 자신의 순수한 감정과 의지를 지키려 합니다. 이는 당시 사회의 획일적인 가치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저항 정신을 반영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병태가 주혁을 이기고 영자를 데리고 떠나는 모습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사회적 통념을 깨고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자유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제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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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리스트 작가주의' 하길종 감독 대표작 3편

 
하길종 감독은 1970년대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시네마 키드이자, '리얼리스트'로 불린 작가주의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당시 유신정권의 억압 속에서 청춘의 좌절과 저항, 그리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병태와 영자>를 제외한 그의 주요 대표작 세 편을 소개합니다.

1. <바보들의 행진> (1975)
하길종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70년대 유신 독재 체제 아래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병태와 영철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무주의에 빠져 자유를 갈망합니다. 영화는 이들의 방황을 통해 당시 지식인과 청년 세대가 겪었던 좌절과 무력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고래사냥을 떠나자'는 대사는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 이상을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열망을 대변하며,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송창식은 이 영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신 독재 정부는 송창식의 히트곡  '고래 사냥'과 '왜 불러'를 퇴폐적이고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은 단순한 청춘 영화를 넘어, 당시 시대정신을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2. <한네의 승천> (1977)
하길종 감독의 예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 샤머니즘을 통해 억압된 민중의 한(恨)을 풀어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한네는 무당의 딸로, 억압적인 시대 속에서 좌절과 비극을 겪지만, 결국 무속의 힘을 빌려 새로운 삶을 찾아 '승천'합니다. 이 영화는 당시 검열로 인해 많은 부분이 삭제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리얼리스트 작가주의와 신비로운 분위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하길종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서구의 모더니즘과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결합하려는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었으며,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은 결코 꺾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3. <절정> (1976)
하길종 감독의 초기작으로, 지식인의 고뇌와 성(性)에 대한 자유로운 담론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세 명의 지식인(교수, 소설가, 화가)이 한 여성을 둘러싸고 벌이는 복잡한 관계를 통해, 당시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풍자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절정>은 성에 대한 개방적인 시각과 파격적인 연출로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도 했습니다. 특히 주인공들의 지적인 논쟁과 내면적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며, 하길종 감독 특유의 지성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하길종 감독이 추구했던 '지적 리얼리즘'의 초기 형태로, 당시 검열로 인해 일부 장면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술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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