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클레오파트라> 세 버전 비교하기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를 다룬 영화들은 각 시대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버전을 소개합니다.
1. 세실 B. 데밀의 화려한 고전: <클레오파트라> (1934)
할리우드의 거장 세실 B. 데밀이 연출한 이 작품은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클로데트 콜베르가 주연을 맡아, 지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왕을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역사적 고증보다는 시각적인 화려함과 드라마틱한 연출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마련한 거대한 황금 배 장면은 영화사의 전설적인 시퀀스로 꼽힙니다.
제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대공황 시기의 관객들에게 이집트라는 이국적인 배경을 통해 환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현대의 관점에서는 다소 연극적인 느낌이 강할 수 있지만, '팜므파탈'로서의 클레오파트라 이미지를 정립한 중요한 작품입니다.
2. 할리우드 사상 최대의 대작: <클레오파트라> (1963)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대작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 3,1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수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해 20세기 폭스사를 파산 위기까지 몰고 간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테일러의 보라색 눈동자와 화려한 메이크업, 그리고 무려 65번이나 바뀌는 의상은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를 대중의 뇌리에 완벽히 각인시켰습니다.
리처드 버튼(안토니우스)과 렉스 해리슨(카이사르)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로마 시내로 입성하는 압도적인 세트장은 지금 봐도 경이롭습니다. 제작 과정에서의 스캔들과 흥행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하며 60년대 할리우드 서사 영화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를 가장 권력 있고 입체적인 정치가로 묘사한 버전이기도 합니다.
3. 현대적 감각의 서사극: <클레오파트라> (1999)
마거릿 조지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TV용 대작 영화입니다. 칠레 출신의 여배우 레오노르 바렐라가 주연을 맡아 이전의 백인 중심적 캐스팅에서 벗어나 좀 더 이국적이고 사실적인 외모의 클레오파트라를 선보였습니다. 앞선 영화들이 주로 여왕의 연애사와 비극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버전은 그녀가 이집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치가이자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훨씬 더 강조합니다.
티모시 달튼이 카이사르 역을, 빌리 زین이 안토니우스 역을 맡아 세 인물 간의 팽팽한 정치적 긴장감을 잘 살려냈습니다. 화려함은 1963년작에 미치지 못할 수 있으나,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세밀하고 역사적 전개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를 단순한 유혹자가 아닌, 아들을 위해 제국을 꿈꿨던 어머니이자 군주로 조명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클레오파트라> 명대사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한 유혹자가 아닌, 권력의 정점에 선 통치자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줍니다.
1. "세상은 나를 유혹하려 했지만, 나는 세상을 지배하려 했다."
• 자신의 야망과 제국을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대사입니다.
2. "로마는 단지 하나의 도시에 불과하지만, 이집트는 하나의 불멸하는 정신이다."
• 로마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이집트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할 때 등장합니다.
3. "죽음은 나의 마지막 승리가 될 것이다."
• 안토니우스를 잃고 옥타비아누스의 포로가 되어 굴욕을 겪느니,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존엄을 지키겠다는 비장함이 담겨 있습니다.
■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클레오파트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
1. 할리우드를 파산시킬 뻔한 제작비
처음 예산은 200만 달러였으나, 최종적으로는 약 4,4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수천억 원)가 투입되었습니다. 20세기 폭스사는 이 영화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려 스튜디오 부지를 매각해야 했고,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도 한동안 적자 상태였다고 합니다.
2. 세기의 스캔들의 시작
영화 속 연인이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은 촬영 중 실제로 불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가정이 있었기에 이들의 불륜은 전 세계적인 스캔들이 되었고, 교황청까지 비난 성명을 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스캔들이 역설적으로 영화 홍보에는 엄청난 도움을 주었습니다.
3. 65벌의 드레스와 황금 의상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한 영화에서 가장 많은 의상을 갈아입은 배우로 기록되었습니다(총 65벌). 특히 로마 입성 장면에서 입은 24K 금실로 짠 망토는 지금도 영화 의상의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그녀의 출연료 역시 당시 여성 배우 최초로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4. 런던에서 로마로, 통째로 옮긴 세트장
초기 촬영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었으나, 추운 날씨 때문에 이집트 분위기가 나지 않고 테일러가 심한 감기에 걸리자 제작진은 이미 지어놓은 거대 세트장을 철거하고 이탈리아 로마로 옮겨 처음부터 다시 지었습니다. 이 결정 하나로 수백만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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