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헤어짐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순환'... 오즈 야스지로 유작 <꽁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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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별과 헤어짐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순환'... 오즈 야스지로 유작 <꽁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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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개요 및 줄거리: 혼기가 찬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딜레마와 쓸쓸함

 

* 작품 개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꽁치의 맛>은 1962년에 개봉한 그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차분한 성찰과 함께 홀로 남겨지는 외로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꽁치의 맛>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어머니의 별세와 자신의 지병 악화 속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영화 세계를 집대성한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오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와 현대화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감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혼기가 찬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딜레마와 그로 인해 찾아오는 쓸쓸함을 오즈 특유의 절제된 미학으로 표현합니다. 영화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을 곁들이면서도 삶의 덧없음과 이별의 아픔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감독: 오즈 야스지로

출연: 류 치슈, 이와시타 시마, 사다 케이지, 오카다 마리코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오즈 야스지로의 마지막 작품 꽁치의 맛 포스터.
오즈 야스지로의 마지막 작품 꽁치의 맛 포스터.


* 줄거리
주인공 히라야마 슈헤이(류 치슈)는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큰딸 미치코(이와시타 시마), 작은아들 카즈오와 함께 살아가는 초로의 회사원입니다. 장남 코이치는 이미 결혼하여 독립했습니다. 미치코는 집안의 살림을 도맡으며 아버지와 동생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습니다.
어느 날, 히라야마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옛 스승인 '쪽박 선생'을 만나게 됩니다. 쪽박 선생은 나이 들어 홀로 된 자신을 돌보느라 혼기를 놓친 딸과 함께 허름한 국숫집을 운영하며 쓸쓸하게 살아갑니다. 이 모습을 본 히라야마는 자신 또한 딸 미치코를 곁에 두려다 혼기를 놓치게 할까 봐 걱정하게 되고, 미치코의 결혼을 서두르기로 결심합니다.
히라야마는 딸에게 어울리는 신랑감을 찾아주려 노력하고, 미치코는 아버지를 두고 떠나는 것을 망설이지만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선을 보고 결혼을 진행합니다. 딸을 시집보낸 히라야마는 결혼식 후 홀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와 텅 빈 공간에서 깊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빈 술잔을 채우듯 공허한 삶을 채울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는 쪽박 선생이 느꼈던 고통과 외로움을 비로소 실감하게 됩니다.  영화는 자식이 떠나고 홀로 남겨지는 부모의 보편적인 감정과 인생의 쓸쓸함을 잔잔하게 그려내며 마무리됩니다.

 

■ 주제: 삶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 모두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마지막 작품 <꽁치의 맛>은 노년의 고독과 상실감,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다음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 4가지입니다.


(1) 노년의 고독과 상실감

주인공 히라야마 슈헤이(류 치슈)는 홀로 남게 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딸을 시집보낸 후 깊은 고독에 빠집니다. 은사인 '쪽박 선생'의 쓸쓸한 삶은 슈헤이에게 자신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영화는 자식이 떠난 후 찾아오는 부모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섬세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그려내며, 노년이 겪는 보편적인 슬픔을 조명합니다.


(2) 변화하는 가족 관계와 부모의 희생

딸 미치코는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며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만, 슈헤이는 딸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합니다. 이는 자식이 성장하여 독립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꺼이 감내하는 희생과, 그로 인해 남겨지는 부모의 외로움이라는 가족 관계의 양면성을 다룹니다.


(3) 인생의 덧없음과 수용

영화는 일본의 미학적 개념인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를 통해 삶의 덧없음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는 직역하면 '사물에 대한 슬픔, 비애'란 의미인데 사물이나 어떤 상황에 대한 적막감이나 고독, 외로움을 뜻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를 뜻하는 말입니다. 한국사람들 특유의 정서인 '한(恨)'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별과 헤어짐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순환이며,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지는 것을 고통스럽지만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나타냅니다. 삶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 모두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합니다.


(4) 전통과 현대의 공존

딸의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통과의례는 가족의 유대와 의무라는 가치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현대화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개인의 고독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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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 세계 및 대표작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일본 영화사의 거장이자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감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쇼민게키(庶民劇, 서민들의 일상극)'라 불리는 장르를 통해 일본인의 삶과 정서를 깊이 있게 탐구했으며, 특유의 미학적 스타일로 보편적인 인간사를 담아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세계>
오즈 감독의 영화는 주로 가족, 결혼, 노년의 고독,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전통적인 가치가 어떻게 변모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보다는 일상적인 대화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매우 독특하고 일관적입니다.
(1) 고정된 카메라: '다다미 쇼트'라 불리는 낮은 앵글의 고정된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여 관객이 일본 좌식 문화의 시선으로 인물들을 관찰하게 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마치 정지된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2) 절제된 감정 표현: 인물들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폭발시키기보다 내면에 삭히는 일본적 정서를 반영합니다. 이는 대사나 행동보다 분위기와 표정으로 전달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3) 반복되는 테마와 배우: 결혼, 부모의 죽음, 자식의 독립 등 유사한 테마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류 치슈, 하라 세츠코 등 특정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출연하여 오즈 영화의 특징적인 얼굴이 되었습니다.
(4) '여백'의 미학: 오즈는 장면과 장면 사이, 대사와 대사 사이에 '여백'을 두어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채우도록 유도했습니다. '베개 쇼트(pillow shot)'라고 불리는 풍경이나 사물 장면은 인물의 감정이나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며 독특한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5)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지는 삶의 덧없음, 즉 '덧없음의 미학'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이는 그의 영화 전반에 흐르는 깊은 슬픔과 함께 삶을 관조하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대표작>
(1) <만춘 (晩春, 1949)>: '노리코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노리코가 결혼을 통해 아버지를 떠나야 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부녀간의 애틋한 정과 이별의 쓸쓸함을 오즈 특유의 절제된 미학으로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2) <바쿠슈 - 보리밭 (麦秋, 1951)>: 역시 노리코를 주인공으로 삼으며,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가족의 압박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만춘보다 밝은 톤으로 가족 내 유머와 갈등, 그리고 변화하는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3) <도쿄 이야기 (東京物語, 1953)>: 오즈 감독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도쿄의 자식들을 찾아온 노부부가 겪는 소외감과 외로움, 그리고 노년의 삶과 죽음을 다룹니다. 현대 가족의 이기심과 부모의 희생, 삶의 덧없음을 담담하면서도 가슴 저리게 그려내며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4)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오즈 감독의 유작으로, 홀로된 아버지(류 치슈)가 딸을 시집보낸 후 겪는 고독감을 다룹니다. 그의 전작들이 다루었던 테마들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늙어가는 것에 대한 성찰과 피할 수 없는 상실감을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며 오즈 영화세계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 본연의 모습을 탐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삶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불멸의 걸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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