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넬리>, 인간 '카를로 브로스키'로서 삶과 존엄성을 되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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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넬리>, 인간 '카를로 브로스키'로서 삶과 존엄성을 되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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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개요 및 줄거리: 18세기 유럽, 전설적인 카스트라토(거세 가수), 카를로 브로스키의 비극적인 운명

 
* 작품 개요
<파리넬리>(Farinelli The Castrato, 1995)는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18세기 유럽을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카스트라토(거세 가수), 카를로 브로스키의 비극적인 운명과 예술혼을 다룬 전기 영화입니다.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의상과 무대, 그리고 헨델의 음악이 어우러져 시각적·청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인간을 초월한 목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카운터테너(데릭 리 래긴)와 소프라노(에바 마라스)의 목소리를 디지털로 합성하여 '천상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52회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감독: 제라르 코르비오
출연: 스테파노 디오니시, 엔리코 로베르소, 엘자 질버스테인, 캐롤라인 셀리어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1분

* 줄거리
18세기 나폴리, 작곡가 지망생인 형 리카르도는 동생 카를로의 천부적인 미성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 그를 거세시키는 잔혹한 결정을 내립니다. 성인이 된 카를로는 '파리넬리'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서고, 형이 작곡한 기교 넘치는 곡들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유럽 전역을 열광시키는 슈퍼스타가 됩니다. 형제는 음악적 파트너이자 연인까지 공유하는 기이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명성을 쌓아갑니다.

https://www.mydaily.co.kr/page/view/2025112704403621072#_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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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런던으로 진출하면서 형제 사이에 균열이 생깁니다. 파리넬리는 형의 화려하지만 영혼이 결여된 음악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경쟁자인 헨델의 깊이 있는 음악 세계에 매료됩니다. 헨델은 파리넬리를 "노래하는 기계"라 조롱하면서도 그의 재능을 탐냅니다.

결국 파리넬리는 형을 떠나 헨델의 극장에서 노래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관객들 앞에서 헨델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열창 하며, 단순한 기교를 넘어 고통과 슬픔을 승화시킨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거세에 얽힌 형의 비겁한 비밀을 알게 되며 형제는 파국을 맞지만, 긴 세월이 흐른 뒤 애증을 넘어선 화해와 이별을 통해 각자의 삶을 찾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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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완벽한 예술을 위해 인간성을 희생할 수 있는가'

1. 예술을 위한 잔혹한 희생과 대가
영화의 가장 근원적인 주제는 '완벽한 예술을 위해 인간성을 희생할 수 있는가'입니다. 주인공 카를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형에 의해 거세당하며 남성성을 박탈당합니다. 그 대가로 신의 목소리를 얻어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그는 평생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고독 속에 살아갑니다. 영화는 화려한 바로크 무대 뒤에 숨겨진 육체적 훼손과 개인의 삶이 말살되는 비극을 대조시키며, 위대한 예술 뒤에 따르는 비인간적인 고통과 잔혹한 대가를 묵직하게 질문합니다.

2. 기교(Technique)와 영혼(Soul)의 대립
이는 영화 속 음악적 갈등의 핵심입니다. 형 리카르도의 음악은 화려한 기교와 고음을 자랑하지만, 영혼과 깊이가 결여된 '장식'에 불과합니다. 반면, 헨델의 음악은 인간의 고통과 숭고함을 담고 있습니다. 파리넬리는 초기에는 형의 도구로서 '노래하는 기계'처럼 기능하지만, 헨델의 음악을 접하며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닌, 슬픔을 승화시키는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납니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기술적 완성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영혼의 울림이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3. 애증으로 얽힌 공생과 파멸
형제인 리카르도와 카를로의 관계는 비정상적인 공생 관계입니다. "내가 음악을 만들고 네가 노래한다"는 명목하에 형은 동생을 착취하고, 심지어 연인까지 공유하며 동생을 지배하려 듭니다. 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행해진 형의 거짓말(거세의 비밀)은 사랑을 가장한 폭력이었습니다.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핏줄의 굴레 속에서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두 형제의 뒤틀린 애증을 심도 있게 그려냅니다.

4. 불완전한 존재의 정체성 회복
파리넬리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합니다. 그는 대중의 우상이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거세된 상태였습니다. 영화 후반부, 그가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헨델의 음악을 선택하고, 형과의 관계를 주체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비로소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파리넬리'가 아닌, 인간 '카를로 브로스키'로서 자신의 삶과 존엄성을 되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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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 대표작 3편 다시보기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은 <파리넬리> 외에도 음악과 영상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 3편을 선정하여 각각 소개합니다.

1. <가면 속의 아리아> (Le Maître de musique, 1988)
제라르 코르비오의 데뷔작이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린 수작입니다. 은퇴를 선언한 전설적인 성악가 '조아킴'이 시골 성에 은둔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인 '소피'와 좀도둑 출신 '장'을 제자로 받아들여 최고의 성악가로 키워내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라이벌 '스꼬띠' 공작과의 대결을 통해 예술가의 자존심과 복수, 그리고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우아하게 담아냈습니다. 특히 모차르트와 말러, 베르디의 명곡들이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후반부의 성악 배틀은 극적인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화려한 시각적 미장센과 천상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코르비오 감독 특유의 '음악 영화' 스타일이 정립된 작품입니다.

2. <왕의 춤> (Le Roi danse, 2000)
<가면 속의 아리아>, <파리넬리>에 이은 코르비오 감독의 '음악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입니다. 절대 왕정을 구축하려는 태양왕 루이 14세와 그를 위해 춤과 음악을 바쳤던 궁정 작곡가 륄리, 그리고 극작가 몰리에르의 뜨거운 예술혼과 권력관계를 조명합니다.
영화는 루이 14세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자신을 신격화하는 수단으로 '발레'를 이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집중합니다. 륄리의 웅장하고 격정적인 바로크 음악과 금빛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의상, 역동적인 춤사위는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권력을 향한 암투, 예술가의 광기 어린 집착, 그리고 신이 되고 싶었으나 결국 인간일 수밖에 없었던 왕의 고독을 비극적으로 그려내며 시각적 아름다움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심어놓았습니다.

3. <입영 열차> (L'Année de l'éveil, 1991)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음악이 아닌 한 소년의 내면에 집중한 성장 영화로, 감독의 폭넓은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숨겨진 명작입니다. 1940년대 후반 프랑스를 배경으로, 엄격한 규율과 폭력이 지배하는 군사 학교에 입학한 어린 소년 '다비드'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군대라는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 질식할 것 같은 사춘기를 보내던 다비드가 문학과 사랑에 눈을 뜨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감독은 화려한 무대 대신 차가운 학교의 풍경 속에 소년의 불안과 반항, 그리고 성적 호기심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냈습니다. 음악 영화의 거장이기 이전에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데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며, 규격화된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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